칼럼[문화일보] 반중·반북 2030 디지털세대 급부상… 심상찮은 ‘尹 탄핵반대’ 결집 I Deep Read

관리자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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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Deep Read - 탄핵정국과 2030

유권자 중 젊은층 비중은 주는데 선거 영향력은 더 커져… 높아진 투표율로 ‘캐스팅 보트’
대선 최대 관전 포인트는 2030 선택… ‘4050과 동맹’이냐 ‘6070과 연합’이냐에 결과 갈려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 중 젊은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는데 선거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는 형국이다. 2030은 정치 변동에 따라 4050과 세대동맹을 맺기도 했고 6070과 연합해 세대포위를 하기도 했다. 어느 쪽으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지에 따라 선거 결과도 갈릴 전망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2030 청년층의 결집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놀라운 역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젊은층이 많다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된 것은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이후였다. 구속자 수가 70명을 넘은 이 사태로 체포된 현행범 절반 이상이 2030 청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자 젊은 보수가 애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의 글이 급증했다.

윤 대통령의 옥중 메시지와 전광훈 목사의 잇단 ‘국민 저항권’ 발언, 스타 강사 ‘전한길 효과’도 2030 청년 보수층 결집에 영향을 미쳤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2030 응답이 높았다. 지난 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40∼60대는 모두 ‘신뢰한다’는 응답이 높았으나 20대는 ‘신뢰하지 않는다’ 53%로 ‘신뢰한다’ 40%를 훌쩍 넘어섰다. 30대에서도 54% 대 43%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다.

2030·4050·6070의 유권자 비중은 2012년 대선 때엔 38.2%·41.0%·20.8%였는데, 2017년 대선 때엔 35.1%·40.6%·24.3%였고, 2022년 대선에서는 32.2%·38.0%·29.8%였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선 30.6%·37.5%·31.9%로 집계됐다. 2030이 역사상 처음으로 30% 밑으로 떨어질 것은 확실하다. 추세는 분명하다. 2030은 줄고 6070은 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연령별 구분은 1990년대엔 ‘20대·30대·40대·50대 이상’으로, 2010년 들어서는 ‘20대·30대·40대·50대·60대 이상’으로 분류되더니 2020년에 와서는 ‘70대 이상’이 추가됐다.

그렇다면 2030년에는 어떻게 될까. ‘80대 이상’이 추가되고 젊은층은 30대 이하로 묶일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저출생·고령화로 젊은층 유권자 비중은 주는데, 2030의 선거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놀라운 역설이다. 

◇캐스팅 보터

열쇠는 2030의 투표율에 있다. 과거엔 2030 투표율이 매우 낮았다. 6070의 투표율의 절반도 되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2009년)·사전투표제 도입(2014년)·박근혜 대통령 탄핵(2017년) 이후 투표율이 급상승했다. 2012·2017·2022년 대선 당시 연령별 투표율로만 보면 ‘박근혜 탄핵’ 직후인 2017년 대선 때 2030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이번에 윤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선거 전문가들이 2030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적어도 2016년 총선 이후엔 이들 젊은 유권자가 선거 승패를 결정하는 캐스팅 보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016년 총선·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 등 네 번의 전국선거를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6070에 맞서 4050이 2030과 연합해 ‘세대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6070의 투표율이 높아도 청년과 장년의 세대 연합군에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2021년 4·7재·보선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민주당에 실망한 2030이 4050과의 세대동맹에서 이탈해 6070과 연합함으로써 세대포위에 가세했다. 그 결과 대세는 처음부터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 ‘오세훈(국민의힘) 대 박영선(민주당)’ 출구조사는 20대 ‘55.3% 대 34.1%’, 30대 ‘56.5% 대 34.1%’로 국민의힘이 월등히 앞섰다. 이들이 6070과 연합해 4050을 포위하자 민주당이 무너졌다.

윤석열과 이재명이 맞붙은 2022년 대선 때 출구조사는 20대 ‘45.5% 대 47.8%’, 30대 ‘48.1% 대 46.3%’, 40대 ‘35.4% 대 60.5%’, 50대 ‘43.9% 대 52.4%’, 60대 ‘64.8% 대 32.8%’, 70대 이상 ‘69.9% 대 28.5%’였는데, 역시 2030+6070 세대포위가 0.73%포인트 차로 승부를 갈랐다. 2022년 6·1지방선거까지 이 흐름이 지속됐다.

◇디지털 세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후 이준석 대표를 내쫓고 전당대회에서 안철수를 공격하면서 ‘선거연합’을 해체했다. 이에 2030은 국민의힘에서 이탈해 민주당과 다시 세대동맹을 맺었다. 그 결과가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22대 총선이다.

이 세대는 어떻게 캐스팅 보터가 됐을까.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 베르사유체제로 비로소 20세기가 시작됐다면, 21세기는 팬데믹이 횡행한 2020년에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팬데믹은 일하고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인공지능(AI)이 상징하는 기술의 시대와 디지털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급가속했다.

그런 의미에서 2022년 대선은 21세기 첫 번째 선거였다. 전통적 20세기 대선은 ‘보수동맹’의 박근혜와 ‘민주동맹’ 문재인이 맞붙은 2012년 대선이 마지막이다. 그 선거는 ①정당 정체성을 상징하는 후보 ②역사적 이념 대립 구도 ③정당 중심 선거운동 ④군중집회와 전통적 공약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2022년 대선은 ①정당 정체성이 약한 후보 ②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의 대립 구도 ③온라인 중심 선거운동 ④스마트폰 시대 리스크 일상화·팬데믹·플랫폼 등 디지털 선거 시대를 열었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세대가 캐스팅 보터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 후진국 세대와 선진국 세대, 공동체 우선 세대와 개인 우선 세대의 실존적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디지털 세대는 중국·러시아·북한에 매우 부정적이다. 반면 일본에 대한 반감은 586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연공서열이나 호봉제보다 성과제를 선호한다. 일자리를 뺏어간 중국에 대한 분노가 미국 못지않다. 세대 안의 젠더 갈등도 어느 세대보다 첨예하다.

◇2030의 선택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엄 선포에는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에는 예나 지금이나 적극 찬성하고 동의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외교가 옳았다”고 강조했다. 대선에 대단히 큰 영향력을 미칠 2030의 반중·반북 성향을 의식한 발언이다. 조기 대선이 결정되면 2030은 세대동맹과 세대포위 중 어느 편에 설까.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 설명

‘전한길 효과’는 한국사 스타 강사인 전한길이 윤석열 탄핵 반대 대열에 앞장서면서 특히 2030 청년층의 폭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이끈 효과. 탄핵 여론 형성의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

‘사전투표제’는 유권자가 본 선거일 이전에 투표하는 제도로 2014년 도입. 그러나 관외 투표함 문제, 사전투표-본투표 사이의 이슈 미반영, 투표소별 개표 결과 왜곡 등 문제점으로 폐지 여론도.

■ 세줄 요약

놀라운 역설 : 저출생·고령화로 청년 유권자 비중은 주는데, 2030의 선거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건 역설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 젊은층이 많다는 사실이 숫자로 확인된 것도 2030의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

캐스팅 보터 : 열쇠는 2030의 투표율. 과거보다 2030 투표율이 점증하는 형국. 2030이 4050과 세대동맹을 맺을지 6070과 연합해 세대포위를 할지, 어떻게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지에 따라 선거 결과가 갈릴 전망.

디지털 세대 :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 세대가 캐스팅 보터가 되는 건 자연스러워. 2030은 개인주의가 강하며 중국·북한에 매우 부정적임. 다음 대선에서 2030이 세대동맹과 세대포위 중 어느 편에 설지 관심이 집중됨. 


원문 →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5021101030830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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