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입법부 장악하면 빠지는 세 가지 늪
①부동산 폭등 ②검찰·사법 개혁 ③강성 지지층
노무현·문재인 정권 답습하며 “이번엔 다르다…”
보통 사람들 욕망을 탐욕으로 몰아붙인 오류와
재물 탐하면서 “그럴 필요 없다”는 위선·집단최면
민주·도덕성·인권 등 상징 자본을 빠르게 탕진
일러스트=이철원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의 저서 ‘이번엔 다르다’는 과도한 부채로 이루어진 호황은 언제나 금융 위기로 끝난다는 사실을 파헤쳤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호황과 불황에 숨겨진 금융 흐름의 일정한 패턴을 찾아낸 것도 놀랍지만, 금융 위기의 징후가 보여도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으로 위기를 반복한다는 통찰이 날카롭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쉽게 얻은 정권도 쉽게 잃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 과반을 얻어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총선 압승으로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한 지금 모두 민주당의 인식 흐름에 ‘이번엔 다르다’며 반복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①부동산 폭등 트라우마 ②검찰 개혁·사법 개혁에 대한 과도한 집착 ③강성 지지층 추수주의가 민주당 인식을 지배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또다시 세 가지 늪에 스스로 빠져드는 중이다.
민주당이 부동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수요 억제냐 공급 확대냐’ 하는 정책이 아니라 이념적 세계관이 드러난다. 부동산 투자를 거의 범죄 다루듯 하기 때문에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세는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세 가지 치명적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첫째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쾌적한 주거 환경 욕구를 해소해 주면 된다는 오류. 이건 사회주의 방식으로 실패가 검증됐다. 둘째,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보통 사람의 욕망을 탐욕으로 몰아붙인 오류. 자본주의는 인간 욕망을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받아들이는 체제다. 셋째, 정작 자신들은 탐욕스럽게 살면서 모두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는 위선의 오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 두고두고 오르내린다. 두 아들을 외고에 보낸 진보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양반 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고 말한 신박한 논리에 버금간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돈 모아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 후 배우자가 지난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갭투자 의혹이 제기되자 23일 국토교통부 유튜브를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뉴시스
자신은 갭 투자를 해놓고 “돈 모아 집값 안정되면 그때 사라”는 국토교통부 1차관, 재건축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자산 증식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한 경제부총리의 말은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 신경 못 썼다”는 국회 과방위원장 말과 신뢰도가 비슷하다. 이런 사례는 끝이 없다.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대통령 참모 중 상당수가 노골적으로 위선을 드러냈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패턴이 이번에는 다를까.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 과반 의석 152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한다. 핵심은 국가보안법 폐지였다. 한나라당은 ‘4대 국론 분열법’으로 규정하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는커녕 여권 내부 분열로 개정도 못 했다. 사립학교법은 장외투쟁을 이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위상만 올려줬다. 나머지 두 법도 흐지부지됐다. 4대 입법 실패로 열린우리당은 개혁 동력을 상실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검찰청 폐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9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검찰청 폐지 소식을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드린다"고 했다. /뉴스1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목표로 하는 검찰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고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철통 방어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권을 내줬다. 78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한 검찰 개혁, ‘대법관 증원’과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 소원으로 사실상 4심제’라고 하는 사법 개혁 밀어붙이기도 이번에는 다를까.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대법관 집무실 현장 검증 모습은 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겹쳐 보인다. 박근혜·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이 ‘보수의 신화’라는 상징 자본을 탕진했듯, 민주당도 민주·도덕성·인권의 상징 자본을 빠르게 탕진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오래전부터 “스윙 보터는 있지만 중도는 없다”며 “도로 한가운데 노란 중앙선에 서 있는 사람은 없다. 여당이 여당답게 잘하면 여당 찍어주고, 여당이 잘못하는 걸 야당이 반대 역할 잘해서 브레이크 잘 걸면 야당 찍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집토끼들, 열혈 지지자들을 헌신만 하는 당연한 표로 생각한다. 뜬금없는 소리 하는 사람들을 마치 중도 표 가져오는 사람처럼 생각한다”며 ‘중도(산토끼)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집토끼) 결집’을 우선하는 전략적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홍준표와 비슷하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 인근에서 '김건희 즉각 구속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촛불행동' 회원들. /뉴스1
정청래와 홍준표는 의외로 닮은 데가 많다. 혼자 힘으로 당대표까지 오른 정치적 저력, 탁월한 메시지 능력,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 뛰어난 정치적 공격수 역할, ‘중도는 없다’는 인식, 김어준에 대한 애정 등등.
그러나 가장 닮은 건 ‘스윙 보터’라는 중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여당이 잘하면 여당 찍어주고, 야당이 잘하면 야당 찍어준다”는 말처럼 ‘중도 스윙 보터’는 유연하다. 그 점은 두 사람 모두 정확하게 봤다. 그러나 ‘잘한다’에 대한 해석을 정반대로 한 것이 결정적 오류다. 강성 지지층만 추수하면 중도는 이탈한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는 집단 최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번에는 다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민주당이 회군할 수 있을까.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10/23/AEPFNBN76FDK3IPMXD7DJVLJ24/
행정부·입법부 장악하면 빠지는 세 가지 늪
①부동산 폭등 ②검찰·사법 개혁 ③강성 지지층
노무현·문재인 정권 답습하며 “이번엔 다르다…”
보통 사람들 욕망을 탐욕으로 몰아붙인 오류와
재물 탐하면서 “그럴 필요 없다”는 위선·집단최면
민주·도덕성·인권 등 상징 자본을 빠르게 탕진
일러스트=이철원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의 저서 ‘이번엔 다르다’는 과도한 부채로 이루어진 호황은 언제나 금융 위기로 끝난다는 사실을 파헤쳤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호황과 불황에 숨겨진 금융 흐름의 일정한 패턴을 찾아낸 것도 놀랍지만, 금융 위기의 징후가 보여도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으로 위기를 반복한다는 통찰이 날카롭다.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쉽게 얻은 정권도 쉽게 잃는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 과반을 얻어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2020년 총선 압승으로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행정부·입법부를 동시 장악한 지금 모두 민주당의 인식 흐름에 ‘이번엔 다르다’며 반복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①부동산 폭등 트라우마 ②검찰 개혁·사법 개혁에 대한 과도한 집착 ③강성 지지층 추수주의가 민주당 인식을 지배한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또다시 세 가지 늪에 스스로 빠져드는 중이다.
민주당이 부동산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수요 억제냐 공급 확대냐’ 하는 정책이 아니라 이념적 세계관이 드러난다. 부동산 투자를 거의 범죄 다루듯 하기 때문에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세는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세 가지 치명적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
첫째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쾌적한 주거 환경 욕구를 해소해 주면 된다는 오류. 이건 사회주의 방식으로 실패가 검증됐다. 둘째,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보통 사람의 욕망을 탐욕으로 몰아붙인 오류. 자본주의는 인간 욕망을 자연스러운 본능으로 받아들이는 체제다. 셋째, 정작 자신들은 탐욕스럽게 살면서 모두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는 위선의 오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가 강남 살아봐서 아는데 모든 국민이 강남에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말이 두고두고 오르내린다. 두 아들을 외고에 보낸 진보 교육감이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양반 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고 말한 신박한 논리에 버금간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돈 모아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 후 배우자가 지난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며 갭투자 의혹이 제기되자 23일 국토교통부 유튜브를 통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뉴시스
자신은 갭 투자를 해놓고 “돈 모아 집값 안정되면 그때 사라”는 국토교통부 1차관, 재건축 아파트를 여러 채 사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자산 증식을 위한 건 아니었다”고 한 경제부총리의 말은 “양자역학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 신경 못 썼다”는 국회 과방위원장 말과 신뢰도가 비슷하다. 이런 사례는 끝이 없다.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대통령 참모 중 상당수가 노골적으로 위선을 드러냈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패턴이 이번에는 다를까.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국회 과반 의석 152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한다. 핵심은 국가보안법 폐지였다. 한나라당은 ‘4대 국론 분열법’으로 규정하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결국 국가보안법 폐지는커녕 여권 내부 분열로 개정도 못 했다. 사립학교법은 장외투쟁을 이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위상만 올려줬다. 나머지 두 법도 흐지부지됐다. 4대 입법 실패로 열린우리당은 개혁 동력을 상실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검찰청 폐지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9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검찰청 폐지 소식을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드린다"고 했다. /뉴스1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목표로 하는 검찰 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고 민주당이 청문회에서 철통 방어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권을 내줬다. 78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한 검찰 개혁, ‘대법관 증원’과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 소원으로 사실상 4심제’라고 하는 사법 개혁 밀어붙이기도 이번에는 다를까.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과 대법관 집무실 현장 검증 모습은 서부지법 난입 사태와 겹쳐 보인다. 박근혜·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이 ‘보수의 신화’라는 상징 자본을 탕진했듯, 민주당도 민주·도덕성·인권의 상징 자본을 빠르게 탕진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오래전부터 “스윙 보터는 있지만 중도는 없다”며 “도로 한가운데 노란 중앙선에 서 있는 사람은 없다. 여당이 여당답게 잘하면 여당 찍어주고, 여당이 잘못하는 걸 야당이 반대 역할 잘해서 브레이크 잘 걸면 야당 찍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집토끼들, 열혈 지지자들을 헌신만 하는 당연한 표로 생각한다. 뜬금없는 소리 하는 사람들을 마치 중도 표 가져오는 사람처럼 생각한다”며 ‘중도(산토끼) 외연 확장’보다는 ‘지지층(집토끼) 결집’을 우선하는 전략적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홍준표와 비슷하다.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 사무실 인근에서 '김건희 즉각 구속 촉구'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촛불행동' 회원들. /뉴스1
정청래와 홍준표는 의외로 닮은 데가 많다. 혼자 힘으로 당대표까지 오른 정치적 저력, 탁월한 메시지 능력, 소탈하고 서민적인 모습, 뛰어난 정치적 공격수 역할, ‘중도는 없다’는 인식, 김어준에 대한 애정 등등.
그러나 가장 닮은 건 ‘스윙 보터’라는 중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여당이 잘하면 여당 찍어주고, 야당이 잘하면 야당 찍어준다”는 말처럼 ‘중도 스윙 보터’는 유연하다. 그 점은 두 사람 모두 정확하게 봤다. 그러나 ‘잘한다’에 대한 해석을 정반대로 한 것이 결정적 오류다. 강성 지지층만 추수하면 중도는 이탈한다.
노무현·문재인 정권이 실패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는 집단 최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번에는 다르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민주당이 회군할 수 있을까.
원문보기 :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10/23/AEPFNBN76FDK3IPMXD7DJVLJ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