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문화일보] 윤-한 전면전은 승자 없는 게임… ‘상호확증파괴’로 여권 공멸 초래 I Deep Read

관리자
202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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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Deep Read - 윤-한 갈등 해법
與 1·2인자 갈등, 전면전 가면 모두 패배… ‘투키디데스 함정’ 피하는 전략순위 차별화 필요
尹은 인적쇄신으로 국정기조·태도 전환하고, 韓은 성급한 차별화 접고 보수통합 집중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는 전면전으로 갈까 아니면 확전 자제로 갈까. 두 사람은 오랜 세월 원팀으로 움직여온 덕분에 상대 약점을 훤히 꿰뚫고 있다. 이는 둘 사이에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마치 핵전쟁에서의 ‘상호확증파괴’처럼 여권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 쪽의 전력이 압도적이라고 할지라도 한 대표는 (이기지는 못해도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비례억지전략’으로 맞설 수도 있다. 승자가 없는 게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건 바람직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그레이엄 앨리슨은 ‘예정된 전쟁’에서 신흥세력이 지배세력을 위협할 때 가장 치닫기 쉬운 결과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불리는 전쟁이라고 통찰했다.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자국의 이익, 과도한 공포, 자존심 때문이다. ‘이때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신흥세력의 초조감도 전쟁의 중요한 이유다. 한 대표의 성급한 차별화도 이에 해당된다.

필자는 문화일보 Deep Read(2024년 9월 5일) 지면에 쓴 글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과의 성급한 차별화로 대권 등반길에 조기 실족할 수도 있다면서 이렇게 썼다.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도 돌기 전에 등장한 미래 권력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의 관계는 어떻게 귀결될까. 둘 모두 선택지가 있다. 윤 대통령에겐 ①한 대표 고립과 붕괴 시도 ②수평적 당·정 관계 수용 ③당과 거리 두기 ④야당과 직접 대화하는 주도적 정치 등의 선택지가 있다. 가능성은 ①③④②의 순으로 보인다.…한 대표에겐 ①대통령과의 관계 회복도 하고 혁신도 성공하는 것 ②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은 안 되지만 혁신은 성공하는 것 ③대통령과의 관계는 회복하지만 혁신엔 실패하는 것 ④대통령과의 관계 회복과 혁신 모두 실패하는 것 등의 선택지가 있다. 당 혁신을 통한 차별화가 가장 좋겠지만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 없이 당 혁신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딜레마다.…”

이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선택지가 줄었다. 윤 대통령의 현실적 선택지는 ‘당과 거리 두기’뿐이다. 한 대표도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은 안 되지만 당 혁신은 성공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결국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전쟁을 피할 유일한 해결책은 대통령은 한동훈 체제 붕괴 시도를 포기하고, 한 대표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압박을 자제하면서 당 통합·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권력투쟁의 속성

한동훈 대표는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한다. 전면전이냐 아니냐는 한 대표의 선택에 달렸다. 권력투쟁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요소는 세력·명분·동력·타이밍이다. 전당대회 때는 세력과 출마 명분이 부족했으나 당내 친윤계가 (이철규 원내대표설·한동훈 총선 참패 책임론 등으로) 동력을 제공했고, 전열이 흐트러진 친윤을 기습하기 좋은 타이밍이었다. 반면 지금 권력투쟁의 명분은 우위에 있지만 세력과 동력이 충분하지 않고 타이밍 역시 좋지 않다.

특히 임기 반환점도 돌기 전 미래 권력이 현재 권력인 대통령을 겨냥해 차별화를 시도한 경우는 전례가 없다. 야당이 국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면 정권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권력의 속성은 공백을 허용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법원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이 특검 공세와 계엄론 유포로 탄핵 빌드 업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이나 특별감찰관 이슈로 대통령의 ‘항복’을 요구하면 윤 대통령은 상호확증파괴로 가더라도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21일 윤-한 회동에서 한 대표는 “여당 의원 수십 명을 설득해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는 상황을 제어했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감당하지 못한다”며 선전포고를 했고, 윤 대통령은 “우리 의원들이 야당과 같은 입장에 선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전쟁 선언으로 맞섰다.

그럼에도 권력투쟁의 명분은 계속 쌓여간다. 국정 지지율이 낙하하는 위기 속에서 부산 금정구 보궐선거 압승을 이끈 데엔 한 대표의 공이 적지 않다. 전당대회와 보궐선거에서 60% 이상으로 밀어준 당원과 지지층은 지금 정권과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어느 정도는 들어줘야 한다고 믿고 있다.

◇차별화의 조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과 총선 참패는 윤 대통령과 친윤 책임이다. ‘책임’은 큰데 ‘책임감’은 거의 없다. 윤 대통령과 친윤은 그런 점에서 무책임하다. 당의 위기, 정권의 위기를 넘어 보수 궤멸의 위기 앞에서도 책임이나 책임감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라도 윤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지지했던 유권자와 여당 지지층을 더 이상 부끄럽게 만들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국 위기의 책임은 덜 하다 해도 위기 극복을 위한 책임감에 대한 요구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보다 더 크게 받는다. 여기서 한 대표의 ‘윤 대통령과 차별화’의 불가피성이 생긴다. 하지만 차별화는 대통령 임기 1년 정도 남은 시점에, 대통령이 차별화 공간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국정 지지율이 30% 이상 유지된다는 조건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셋 다 아니다.

한 대표는 채 상병 특검·김건희 특검·특별감찰관으로 대통령을 압박하지만, 여당 대표가 야당 공세에 동조했을 때 지지층이 ‘배신자’로 규정하고 등을 돌렸던 역사적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 한 대표가 취할 가장 좋은 선택지는 전략 순위를 차별화해 당 혁신과 보수 통합 우선론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지금은 부족한 세력으로 무리하게 전선을 넓힐 때가 아니라 중립 지대에 있는 의원들을 우군으로 만들 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관계를 여러 선택지에 따라 비교해 보면 ①최선은 수평적 당·정 관계를 이루는 것 ②차선은 대통령은 당 장악을 포기하고 한 대표는 대통령을 압박하지 않는 것 ③차악은 지금처럼 서로를 위협하며 대치하는 것 ④최악은 친한이 야당과 손잡고 특검이든 특별감찰관이든 통과시키는 것이다. ①은 가능성 제로 ④는 보수 궤멸 ③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공멸이므로 남은 선택지는 ②밖에 없다.

◇갈등의 해법

윤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인적 쇄신과 국정 기조·태도·메시지 전환을 선언하고 김건희 여사 이슈를 정리해야 한다. 한 대표는 차별화를 위한 공세는 공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보수 통합과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확전이냐 자제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원문 :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102901030830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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